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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이 명관…’갈매기’ 빛낸 이순재·김수로·소유진의 힘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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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배우들의 호연
의상·소품 등 볼거리도 가득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다. 이 이야기가 늘 옳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갈매기’에서는 통한다. 막이 오르자 배우 이순재 김수로 소유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곳에는 오랜 경력을 지닌 이들 대신 쏘린과 도른, 그리고 아르까지나가 있을 뿐이었다.

이순재가 연출한 연극 ‘갈매기’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극작가 안톤 체홉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인물들 간의 비극적인 사랑과 처절한 갈등, 인간 존재의 이유와 삶의 의미에 대해 다룬다. 극 속의 인물들은 무서울 만큼 인간적이다. 목표가 좌절되자 절망하고 때로는 누군가를 비웃고 배신한다. 그 와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을 만큼의 열렬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1965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해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순재의 내공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연출가로 나선 그는 “‘갈매기’는 상징성이 특히나 중요하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 갈매기를 제대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이순재의 노력은 극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자신의 삶이 갈매기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를 외면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무대 위에서 그려진다. 이순재의 말을 되새기며 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출연진의 연기력 또한 훌륭하다. 배우들은 모두 인물 자체로 무대 위에 존재한다. 특히 김수로 소유진의 호연이 두드러진다. 김수로에게는 대체할 수 없는 힘이 있다. 도른이 가진 자부심과 배려심, 명확한 신념은 김수로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됐다. 극에 활기를 더하는 자연스러운 콧노래와 코믹한 연기는 왜 김수로가 도른이어야 했는지를 이해하게 만든다. 소유진은 삶과 예술,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극을 무겁게 만들 때쯤 유쾌한 대사와 행동을 통해 관객석을 웃음으로 물들인다. 두 사람의 호흡은 “인물들 간의 연기를 극대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이순재의 목표가 충실하게 이행됐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볼거리 역시 다양하다. 아르까지나의 화려한 드레스와 고풍스러운 소품들, 배경이 되는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뜨레블례프와 니나가 꾸미는 연극 속 연극은 ‘갈매기’에 입체감을 더하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원작이 전하는 감동은 훌륭한 연출가 이순재와 훌륭한 배우들의 활약에 힘입어 무대 위에 고스란히 구현됐다.

‘갈매기’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이 공감을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노년의 대지주 쏘린은 꿈을 이루지 못한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보다 어린 아르까지나는 자신의 전성기를 그리워한다. 오랜 경력에도 금전적 여유가 없는 도른은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가진 돈을 쓰는 인물이다. 젊은 뜨레블례프와 니나는 꿈과 사랑에 모든 것을 건다. ‘갈매기’에는 노년층이 관람해도, 중년층 혹은 꿈 많은 청춘들이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실제로 관객들의 연령도 매우 다양하다.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 그리고 이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새해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지난해 12월 21일 개막한 ‘갈매기’는 다음 달 5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사진 DB = “아크컴퍼니” 제공]

원문보기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0210040005156?di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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