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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진 “나쁘게만 본 리어왕 첫째딸, 지금보면 권력자에 할말 하는 사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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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연극 ‘리어왕’의 첫째 딸 고너릴은 이렇게 고백한다. “숨쉬기 힘들 만큼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아첨으로 왕국을 물려받은 그는 곧 아버지의 시종을 반으로 줄이고, “노망이 나서 저런다”고 말한다. 남편을 두고 외도하다 치정 싸움 끝에 동생을 죽이고, 자결한다.

이달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리어왕’에서 배우 소유진이 고너릴로 나온다. 장진 연출의 ‘꽃의 비밀’에 출연한 후 4년 만의 연극 무대다.

12일 만난 소유진은 “20여년 전엔 고너릴이 그저 나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삶의 많은 부분을 겪고 나니, 이런 사람도 말이 된다”면서, 연극 무대를 “삶의 균형을 잡는 일”이라고 했다. 소유진은 요리 연구가 백종원과 2012년 결혼,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Q : 소유진과 셰익스피어는 낯설다.
A : “대학 1학년이던 2000년 TV로 데뷔해 드라마를 주로 했지만 셰익스피어가 처음은 아니다. 계원예고 연극영화과 다닐 때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전부 읽었다. ‘고너릴은 나쁜 딸, 막내 코델리아는 착한 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결혼하고 아이 기르고 삶의 여러 지점을 지나고 보니 인물이 다르게 보인다.”

Q : 고너릴의 어떤 점을 포착하게 됐나.
A : “막내에 대한 아버지의 편애를 보면서 질투가 있었을 거고, 자신을 스스로 지키는 인물이 됐다. 아무도 믿지 않고 직진한다. 아버지에게 독설을 퍼붓지만 사실 일부 맞는 말도 있다. 권력자에게도 할 말 하는 인물이다.”

Q : 배우 자신 삶이 어떤 지점에 있는지가 캐릭터 해석과 맞물릴까.
A : “아무래도 그렇다. 고너릴은 스트레스를 여과 없이 표현한다. 엄마, 아내, 배우로 사는 나 자신은 그렇게 못한다. 리어왕인 86세 이순재 선배님에게 대본대로 마구 성질 내고 화를 내고 나면 어딘가 카타르시스가 있다.”(웃음)

Q : 이번 출연도 이순재 배우 때문이라고.
A : “무조건 존경심 때문이었다. 리어왕 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는데, 함께 출연하면 연습 과정까지 볼 수 있지 않나. 선배님은 리어왕 첫 출연이지만 연출 경험이 많다. 작품의 모든 대사, 영어 원문까지 외우신다. 가장 먼저 대본을 떼셨다. 후배들 모두 경악과 감탄 속에 연습하고 있다.”
고교 때부터 무대가 너무 좋았다는 그는 “TV에 나와 유명해지면 내가 하는 연극 공연이 더 잘되겠다고 시작했는데 본의 아니게 TV에 많이 나오게 됐다”고 했다.

Q : 무대의 매력은.
A : “한 걸음 걸었는데, 숨 한 번 쉬었는데 극장 전체가 내 것이 된 기분. 그 짧은 순간만큼은 다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에 소름이 쫙 돋는다. 오롯이 서 있기만 해도 관객이 나의 모든 것을 보도록 만들 수 있는, ‘언제나 풀 샷’의 무대를 사랑한다.”

Q : 2010년 이해랑예술극장에서 ‘햄릿’에 출연하고 11년 만의 셰익스피어다.
A : “그때 이정재 선배가 햄릿을 하고 나, 김소연, 전혜빈 배우가 오필리어를 맡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치 역할 아닌가. 지금은 애가 셋, 누구의 와이프인 상황에서 고너릴을 맡게 돼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다.”

Q : 작품에 어떻게 몰입하고 있나.
A : “밤에 자려고 누워 첫 대사부터 마지막까지 읊어본다. 소리는 내지 않지만 복식 호흡을 하며 상상한다. 집중하다 보니 잠이 참 잘 온다. 진지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고전극 출연이 정말 좋다. 남편에게도 연극을 자주 해야겠다고 했다.”

Q : 남편 백종원이 해준 말은.
A : “별다른 말은 없었다. 아, 혹시 이순재 선배님에게 혼나지는 않는지, 늘 걱정한다.”(웃음)

Q : 연극 출연 계획이 또 있나.
A : “연극 연습실에서 쉬는 숨이 다르다. 집 부엌에서, 아이들과 함께 쉬는 숨과 또 다르다. 지금 내 숙제는 삶의 균형이다. 아이들 학원 때문에 고민하고 쫓아다니다가 셰익스피어의 대사 한 줄을 고민하는 내 모습이 굉장히 좋다. 연극 무대를 계속하고 싶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 DB = “중앙일보”제공]

원문보기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14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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